“핵단추”→“대화 지지”… 확 바뀐 트럼프 왜?

입력 2018-01-08 09: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기자회견에서 남북회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회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세 번째)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오른쪽), 공화당 지도부도 배석했다. AP뉴시스

발언 배경·의도


4일 文 대통령이 전화통화서

“트럼프의 대북 강경기조가

北 대화 테이블로 인도했다”는

평가에 흡족해 했다는 후문



자신의 역할 강조하며

‘북핵’ 주도권 잡겠다는 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인 남북대화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9일 열리는 회담의 기대와 전망도 밝아졌다. 당초 남북회담 의제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로 제한하려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입장을 바꾸면서 남북한 모두에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를 제안한 직후만 하더라도 시니컬한 반응이었다. 그가 지난 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은 “로켓맨(김정은)이 처음으로 한국에 대화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두고 보자”는 내용이었다.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트위터에 올린 글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치받는 내용이었다. 그는 “내가 가진 핵단추가 김정은이 가진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고 말해 또 한 번 ‘말의 전쟁’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달라진 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가 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강경대응 기조가 북한을 대화로 나오도록 했다는 문 대통령의 평가에 매우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통화 당시) 나한테 매우 고맙다고 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글도 “대화는 좋은 것”이라는 내용으로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나의 수사와 강경한 자세가 아니었다면 남북이 올림픽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과 공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근거 없는 공치사가 아니라는 걸 강조라도 하듯 “문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런 의견을 밝히거나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북한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속내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평화적이고 좋은 방안이 나오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다른 많은 사람들과 협의하겠다”며 “대화에서 뭔가가 나온다면 인류와 전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고 꼬집는 언론 보도가 적지 않았다.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회담이 자신의 덕분이라는 듯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남북회담 지지가 핵단추 논쟁으로 말의 전쟁이 벌어진 뒤 나온 발언”이라는데 주목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대북 제안을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뭔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필요하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대북 발언이 오락가락한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이라고 말했다가, 같은 해 9월에는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낭비”라고 했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