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의 역사에 비춰본 ‘국민·바른’ 합당 성공 여부는
50여년간 합당 16차례 성사
성공 사례 적고 다시 분열로
‘안+유’ 이후 정계개편 관심
합당 성패는 불투명하나
중도정당 부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에도 주목해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이 이뤄진다면 통합신당이 과연 지방선거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정당 통합의 역사를 보면 그 결과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1965년 공화당을 견제하기 위한 민정당·민주당 합당(민중당)을 시작으로 지난 50여년간 원내 정당 간 합당은 16차례 이뤄졌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만 앞선 합당은 성공 사례가 드물다. 대개 또 다른 분열로 이어졌다.
정당 간 통합은 선거를 앞두고 소규모 정당끼리 힘을 모으는 ‘선거공학적 통합’이 대다수였다. 선거에서 후보 난립을 막고 지지층을 모아야 조금이라도 승산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목표도 6·13 지방선거 승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과거 사례 중 그나마 가장 정치권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합당은 1990년 민주정의당과 신민주공화당, 통일민주당의 3당 합당이다. 그 결과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218석의 거대정당으로 탈바꿈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3당 합당은 정치적으로는 내내 ‘보수 야합’이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결국 95년 김종필 전 총리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면서 분당의 길로 들어섰다.
2000년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합당(새천년민주당),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합당(통합민주당), 2014년 민주당·새정치연합 합당(새정치민주연합) 등은 규모나 정치성향이 비슷한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손잡거나, 군소정당이 거대 정당에 흡수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도 친문(친문재인)·비문(비문재인) 갈등 끝에 2년도 못 버티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했다. 최근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놓고 ‘야바위’ 등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민주당도 야당 시절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왔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은 이전과 다른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른바 ‘제3지대’ 출현을 원하는 국민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7일 “통상 당내에서 통합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면 통합파가 뛰쳐나가는데, 이번엔 반대”라며 “당 대 당 통합보다는 안철수와 유승민 두 인물과 세력이 손을 맞잡는 통합이고, 이로 인한 정계개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도 “우리 정당은 기본적으로 진보와 보수, 혹은 영남과 호남 등을 기반으로 해체 및 통합 과정을 겪어 왔다”며 “이번 통합은 이런 견고한 양당 체제를 바꾸겠다는 제3지대 통합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합당의 성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현 선거제도 아래선 3당이 살아남기 힘들다”며 “향후 선거제도 개편이 성공 여부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정당사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합당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지난 총선 때 제3지대에 대한 열망으로 국민의당이 부상했고, 세계적으로 중도 정당이 뜨는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