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노력하면 역사 바뀐다… 6월 항쟁 완성한 게 촛불항쟁”

입력 2018-01-08 09:4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영화 ‘1987’ 관람…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도


“영화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

천만 관객 넘길 것 확신”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오찬

“문화예술 지원 대폭 늘리되

정치 성향으로 차별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을 관람했다. 박종철·이한열 열사 유가족, 영화감독·출연배우들과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뒤 무대에 올라 “한순간에 세상이 바뀌지 않고, 항쟁 한 번 했다고 세상이 확 달라지지 않는다”면서도 “역사는 금방은 아니지만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다.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또 “정권교체를 하지 못해 여한으로 남게 된 6월 항쟁을 완성한 게 촛불항쟁”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속 대사 “그런다고 세상이 바뀝니까”를 가장 마음을 울린 대사로 꼽았다. 이어 “민주화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라며 “지난겨울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도 부모님 등으로부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는 말 들으신 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아주 뭉클한 마음으로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무대에 오른 뒤 감정에 북받치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영화 제작진에게는 “제가 영화를 보면 ‘천만을 넘기겠다, 아니겠다’를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천만을 넘기겠다는 확실한 예감이 든다”고 덕담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일반 관객들에게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박종철 열사 형 박종부씨, 고문치사 사건을 외부에 폭로한 당시 교도관 한재동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6월 항쟁 관련자를 관객들에게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박 열사 유족 등과의 환담 자리에서 87년 당시 본인이 박 열사 집을 자주 방문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배 여사에게 “죄송하단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고, 배 여사는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배 여사는 “이 영화는 차마 못 보겠다”며 영화 관람은 하지 않았다.

영화 관람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가 한 식당에서 박근혜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극연출가 윤시중씨, 시인 신동옥씨, 소설가 서유미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김규리씨,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공연기획자 정유란씨, 김서령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공동대표, 음악감독 백자씨.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뒤 박근혜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들과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는 등 단순한 이유 하나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다”며 “앞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일체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소설가 서유미씨, 시인 신동옥씨, 연출가 윤시중씨, 공연기획자 정유란씨,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공동대표 김서령씨, 배우 김규리씨, 음악감독 백자씨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얘기를 듣거나 피해 입으신 분들을 만나면 늘 죄책감이 든다. 저 때문에 그런 일들이 생겼고 많이 피해를 보셨으니 그게 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 활동을 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제가 그 아픔에 대해서 지난날의 고통에 대해 보상해드릴 길이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별도의 지원이나 특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신 철저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창작활동 전반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만큼 문화의 힘이 크기 때문”이라며 참석자들에게 의미를 부여한 선물을 각각 증정했다. 소설가 서씨에게는 ‘세상을 밝혀 달라’는 의미로 컵 조명을, 연출가 윤씨에게는 ‘창작활동을 지속해 달라’며 수제 만년필 등을 선물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