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퍼즐’ 쿠티뉴 이적, 시험대 오른 리버풀

입력 2018-01-07 14:56
사진 = 득점 후 포효하는 필리페 쿠티뉴

필리페 쿠티뉴(26)의 이적은 현실이 됐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는 7일 트위터에 영문으로 ‘쿠티뉴를 환영한다(Welcome Coutinho)’고 적으며 공식적으로 쿠티뉴 이적을 알렸다.

쿠티뉴는 지난 여름부터 바르셀로나와의 개인합의를 진행하고 시즌 개막 하루전 이적 요청서(TR)을 제출하는 등 이적에 대한 의지를 보였었다. 최근엔 부상을 호소하며 경기와 훈련에 불참해 태업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던 상황에서 6일 런던 히드로 공항을 통해 바르셀로나로 출국하는 모습이 포착돼 현지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쿠티뉴는 리버풀FC 유니폼을 입고 202경기에 나서 54골을 넣었고 프리킥을 전담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 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7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확실한 4위권 진입을 노렸던 리버풀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까지 쿠티뉴를 남기길 원했기에 주급 인상까지 제시했으나 즉시 이적을 원하는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리버풀은 지난여름 이적 시장부터 구애해왔던 버질 반다이크(27)를 역대 수비수 최고 이적료인 7,500만 파운드(약 1,083억 원)를 기록하며 데려와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 뒷공간 문제를 해결했고, 나비 케이타(21, RB라이프치히)가 오는 여름 합류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하메드 살라(26)가 리그 21경기 17골을 몰아치며 폼이 절정에 올라있고, 호베르투 피르미누(27)와 사디오 마네(26) 역시 점차 위르겐 클롭(42) 감독 전술에 녹아들며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어 쿠티뉴까지 있다면 당당히 트로피 경쟁에 동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쿠티뉴의 이적으로 완성 조각이 맞춰지기 전에 가장 중요한 퍼즐이 사라지게 됐다. 쿠티뉴의 공백으로 중원 파괴력이 약화되며 살라와 마네의 득점 페이스 역시 현저히 저하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로 6일 쿠티뉴 없이 치러야했던 FA컵 64강 에버튼 전에서 반다이크의 종료 직전 극적 결승골로 승리하긴 했지만, 중원의 창의성이 떨어지며 리버풀의 장기인 공격력이 무뎌져 답답한 경기력을 이어가야 했다.

현재 쿠티뉴의 대체자로 토마스 르마(23, AS모나코)가 리버풀의 메인 타겟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나코는 시즌 중 주축 선수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쉽지가 않다. 역시 강력하게 연결되는 리야드 마레즈(27, 레스터시티) 역시 현지언론 ‘리버풀 에코’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무런 제안이 오고 가지 않은 상태다.

바르셀로나에게만 팀 내 주축 선수를 내준게 2010년 이후로만 벌써 세 번째다. 2010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4)를 보내며 팀의 암흑기가 찾아왔고, 2014년 루이스 수아레스(31)를 보낸 후 역시 최악의 시즌을 보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빅클럽의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지난 10년간 단 두 번에 불과하다. 1부 리그우승은 89-90시즌(프리미어리그 출범 전)이 마지막으로 무려 30년 가까이 리그 우승이 없다. 팀의 에이스로 잡았던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한 단계 높은 클럽으로 떠났다.

이번에도 최근 17경기째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탄 시점이었으나 다시한번 에이스인 쿠티뉴를 바르셀로나에 빼앗기고 말았다.

클롭 감독은 7일 ‘리버풀 에코’를 통해 “이런 것이 축구와 인생의 일부다”라며 쿠티뉴의 이적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리버풀은 중요한 선수를 잃어버렸을 때도 공격적인 진행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강하다”며 미래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제 리버풀은 지난 5년을 중원에서 버텨주었던 쿠티뉴 없이 경기를 해나가야 한다. 에이스를 빼앗기는 ‘셀링 클럽’으로 전락하며 또 다시 몰락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쿠티뉴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며 만족스러운 효과를 내 상승세를 이어갈지 리버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송태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