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으로 비행기 탈출한 ‘천식 환자’… 벌금 5700만원 물게 돼

입력 2018-01-07 13:03

비행기가 착륙한 뒤 기내에서 30분을 기다리던 한 50대 승객이 호흡 곤란 증세를 견디지 못해 비상구를 통해 탈출했다. 천식을 앓고 있던 이 남성은 승무원에게 절박하게 하차를 요구했으나 무시당했고, 결국 직접 탈출해야 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5일(현지시간) 폴란드 출신 로뮈알르 그랙직(57)이 비행기를 탈출해 57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랙직은 1일 영국 런던에서 스페인 말라가로 향하는 라이언에어 FR8164편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예정보다 1시간 늦게 공항에 도착했고 이후에도 안내 방송 없이 약 30분가량을 더 대기하고 있었다.



기내에서 기다리던 남성은 한 손에 가방을 든 채 비상구를 열고 내려 비행기 날개에 걸터앉았다. 영상 속 그는 탈출한 뒤 휘청이며 비행기 옆면을 손으로 짚었고, 날개에 힘 없이 앉아 휴식을 취했다.

현장을 목격한 승객 페르난도 델 발레 빌라로보는 “남성이 ‘날개로 나갈 거야’라고 말한 뒤 이를 즉각 실행에 옮겼다”며 “날개에 한참 앉아있던 남성을 승무원이 기내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은 이 남성을 체포했다. 그는 조사에서 “런던에서부터 비행기가 연착됐고, 도착 후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지연이 이어지자 천식으로 괴로움을 참을 수 없어 탈출을 감행했다”고 토로했다. “폐쇄공포증을 느꼈다”는 그는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기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비상구에 쓰인 ‘출구(Exit)’라는 글을 보고서는 갑자기 뛰쳐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승객 라지 미스트리 역시 “남성은 비행 내내 호흡기를 사용하느라 괴로워했다”며 “기내 승무원들에게 절박하게 하차를 요구했으나 그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스페인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 및 벌금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