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염과 분노’ 출간… 새벽부터 서점 찾은 시민들

입력 2018-01-06 09:00
BBC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미국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가 예정(9일)보다 빠른 5일(현지시간) 출간됐다. 200여건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이 책의 출간일이 당겨지자 워싱턴의 각종 서점에는 5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서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BBC는 5일 워싱턴의 한 서점에서 새벽에 출간될 ‘화염과 분노’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한 시민은 “누설된 내용에서 수차례 확인됐지만 백악관은 작동 불능 상태다”라며 “1시간 전에 트위터에서 출간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새벽부터 서점에서 줄을 선 건 ‘해리포터’ 출간 이후 처음”이라고 웃어 보였다. “정확한 인용구가 궁금하다”는 한 여성은 “백악관 측은 거짓이라고 주장하지만 믿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BBC 캡처

‘화염과 분노’에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폭로 인터뷰가 실렸다. 대선 캠프의 좌장을 맡으며 트럼프를 도왔던 그는 인터뷰에서 러시아 유착 의혹을 “반역적이고 비애국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흠집 낼 정보를 주겠다는 러시아 정보원들을 트럼프 타워에서 만난 것을 지적하며 “즉각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배넌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일가의 백악관 생활도 폭로했다. 당선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당시 “유령을 본 듯 공포와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멜라니아는 남편이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마지못해 선거운동을 지지했었고, 트럼프 부부는 백악관에 도착한 뒤부터 줄곧 각방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딸 이방카는 친구들에게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방카는 “트럼프의 정수리는 완전히 하얗고 앞머리와 옆머리를 끌어모아 스프레이로 고정한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이방카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해 당선 뒤에는 쿠슈너와 공동으로 정권을 운영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폭로를 담은 책 ‘화염과 분노’는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가디언이 일부 내용을 보도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책 내용이 공개되자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배넌은 수석전략가 자리에서 경질됐을 때 정신까지 잃었다”며 “그는 나를 비롯해 내 정부와도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