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독자적인 신당 창당 절차에 착수했다. 통합 반대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정례회의를 열고 ‘개혁신당 창당준비기획단’ 구성을 논의했다. 통합추진협의체가 출범하는 등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반대파도 독자적인 신당 창당으로 맞불을 놓으려는 것이다. 단장은 김경진 의원이 맡기로 했다.
장정숙 의원은 회의에 앞서 “개혁신당 동참 의원은 18명”이라며 명단을 발표했다. 김·장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 박준영 최경환 박주현 장병완 박지원 김광수 이용주 정인화 조배숙 천정배 유성엽 황주홍 윤영일 김종회 이상돈 의원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장 의원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용호 정책위 의장도 우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운동본부 측은 신당 창당보다 통합을 무산시키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 소속 중진 의원은 “통합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신당 창당 작업의 속도도 다를 것”이라며 “통합이 무산된다면 당연히 신당 창당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은 통합 성사 시 최후 선택지라는 의미다.
통합 반대파는 여전히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당의 통합 의결 K-보팅을 전당대회에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통합반대파에게 힘이 실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투표 서명 방식으로 K-보팅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오프라인 투표와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온라인 투표를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반대파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 의결을 위해서는 대표당원 과반의 투표율과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데, 오프라인 투표와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온라인투표는 K-보팅보다 까다로워 투표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K-보팅과 ARS를 이용한 전당원 투표의 투표율은 23.0%였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도 통합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기본적으로 통합할 때 (반대파까지) 함께 가자는 입장”이라며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통합당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은 지난 2~4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당 지지율이 17%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한국당 지지율(9%)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현재 양당 지지율 합산(12%)보다 5%포인트 높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율은 각각 44%, 6%였다. 다만 ‘없음·의견유보’ 응답자도 25%나 돼 부동층 흡수 여부가 통합당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 가운데 통합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각각 70%와 76%로 바른정당 지지층의 기대감이 약간 더 높았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층의 지지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무당층 응답자 중에는 14%가 통합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양당 통합에 대해선 ‘좋게 본다’가 33%, ‘좋지 않게 본다’가 43%로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통합 과정에서) 누가 합류하거나 이탈할지, 누가 전면에 나설지 등 지지율 변동 요인이 많다”며 “중앙선관위에 정식 등록하는 시점에야 실제 지지율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 새해 첫 지지도는 전주 대비 2% 포인트 상승한 72%로 집계됐다.
윤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