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도 궁금했던 ‘국정원 상납’ 설계자… 朴? 최경환? 최순실?

입력 2018-01-05 16:11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다… 이 돈으로 용돈 주며 측근들을 관리한다… 미용시술이나 옷값도 충당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대담한 생각을 해냈을까? 검찰이 그를 추가 기소하며 공개한 특활비 상납·유용 과정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그런데 국정원을 사금고화하는 아이디어가 과연 박 전 대통령에게서 나온 것일까? 검찰도 이 점을 궁금해하고 있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런 착안의 발원지를 파악해 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려 한 주된 목적도 동기를 파악하는 데 있었지만 그가 구치소에서 조사 자체를 거부해 아직 빈칸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설명하며 특활비 상납을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박 전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임기 내내 고정적으로 상납 받은 전례는 과거 다른 정권에선 없었다고 검찰은 본다. 예전부터 관행으로 내려온 건 아니라는 뜻이다. 구속 기소된 지난 정부 국정원장들 역시 이런 양태의 상납이 전에도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의 뒷돈 제공은 청와대에선 박 전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 외부에선 최 의원 정도가 알고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문고리 3인방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수행한 손발이었다면 최 의원은 설계자 내지 조언자일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최 의원은 기획재정부 전신인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에서 근무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예산 운용 과정과 허점을 잘 알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가 가능한 최고 실세이기도 했다.

실제 검찰은 국정원의 특활비 최초 상납 과정에 박 전 대통령 지시뿐 아니라 최 의원의 요청도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시기적으로도 박 전 대통령 지시보다 최 의원 요청이 먼저였다. 국정원이 최 의원 요청에 불응하자 박 전 대통령이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직접 상납을 지시했다고 한다.

최 의원은 이병기 전 원장 시절 상납 금액을 두 배로 늘리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의원 본인도 직접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 뇌물)로 4일 새벽 구속됐다.

검찰은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활비 상납 건이 자신의 아이디어였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1억원 수수 혐의는 물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혐의도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앞으로도 조사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전용이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아이디어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부친이 통치하고 자신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때의 경험으로 국정원 돈을 전용할 생각을 했을 수 있다. 40년 지기이자 특활비를 한 지갑처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최순실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황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