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62)씨가 5일 검찰이 국가정보원에서 상납 받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관리한 증거라고 공개한 '자필 메모'와 관련해 "이재만 전 비서관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69·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씨는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아는 바 없으며 관여한 사실도 없다”며 “(메모는) 단순히 이 전 비서관이 말하는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는 2015년 말경 박 전 대통령 곁을 떠나 독일로 갈 때 즈음 이 전 비서관을 만났다"라며 "당시 최씨는 이 전 비서관에게 '그동안 수고했는데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떡하느냐'라며 걱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자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자신들을 적절히 챙겨주고 있다'라고 말했다"며 "최씨는 이 전 비서관이 당시 말하는 내용을 메모해둔 것에 불과하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최씨는 메모에 대해서 특별히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는데, 검찰 발표를 보고 메모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고 한다"며 "이 전 비서관의 설명을 메모 형식으로 받아 적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검찰은 마치 최씨가 청와대 특활비 상납금을 알고, 그 집행에 관여한 것처럼 하고 있다"라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나 이익공동체 또는 동반자 관계로 의혹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박근혜(66) 전 대통령을 전날 추가 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이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지급된 상납금 액수가 최씨의 친필 메모로 기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직접 쓴 메모에는 J(정호성) 13년 3000만원·14년 5000만원·15년 5000만원(합계 1억3000만원), Lee(이재만) ‘〃’ (정호성과 같다는 의미), An(안봉근) 13년 3000만원·14년 5000만원·15년 3000만원(합계 1억1000만원)이라고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최씨가 국정원 상납 자금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판단, 소환 조사를 시도했지만 최씨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