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당시 5세)양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친아버지와 동거녀, 동거녀의 어머니는 준희양 사망을 계획적으로 은폐했다. 준희양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주변에 비치도록 이미 사망한 준희양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은 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준희양의 아버지 고모(37·구속)씨와 고씨의 동거녀 이모(36·구속)씨를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6일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이씨의 어머니 김모(62·구속)씨도 사체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치할 계획이다.
◇ 결국 맞아 죽었다… 사망 전 학대·폭행
친아버지 고씨와 동거녀 이씨는 지난해 1월 25일부터 전북 완주에서 준희양을 키웠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준희양이 평소 식사를 잘 하지 않고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로 자주 폭행했다. 고씨는 4월 초순 준희양의 발목을 발로 수차례 밟아 거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경찰은 이때 준희양의 갈비뼈 3개가 부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4월 25일 준희양은 고씨 또는 이씨에게 등을 발로 차이고 짓밟히는 폭행을 당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학대행위로 준희양은 결국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되찾았다가 다시 잃기를 반복했고, 다음날 오전 병원에 데려가려고 고씨의 차에 태울 때 준희양은 숨이 끊겨 있었다.
고씨와 이씨는 준희양 시신을 이씨의 어머니 김씨가 거주하는 전주 덕진구 주택으로 옮겼다. 김씨와 함께 사체 처리 문제를 논의한 끝에 고씨의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전북 군산의 야산에 파묻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2시쯤 고씨와 김씨가 준희양 사체를 운반해 고씨의 할아버지 묘소 옆에 매장했다.
◇ 시신 묻은 뒤 ‘가족여행’… 생일엔 ‘미역국’
세 사람은 준희양 사체를 유기한 뒤 4월 29일 가족여행을 떠났다. 이 자리에서 준희양이 생존한 것처럼 꾸미기로 공모했다. 이후 김씨가 준희양을 양육하는 것처럼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녔고, 매월 양육비를 김씨의 통장으로 입금받았다.
준희양이 사용하던 물건을 김씨 주거지에 가져다 놓았으며, 준희양의 생일에 미역국을 만들어 지인에게 나누어 주는 등 계획적으로 사건을 은폐해 왔다. 또 경찰의 실종 수사가 시작되자 고씨는 11월 16일에 김씨의 주거지에서 준희양을 봤다고 진술하며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범행 은폐를 시도했지만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사건 전모가 밝혀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