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이상 고열로 암세포 파괴”…진화하는 ‘온열 암 치료’

입력 2018-01-05 13:17 수정 2018-01-05 13:36

암세포에 열을 쬐어 파괴하는 ‘온열 암치료법’이 한 차원 진화하고 있다. 열을 내도록 하는 물질로 ‘마그네슘 나노입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핵의학과 강건욱, 안과 박기호 교수팀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전자과 배성태 교수팀과 함께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5일 밝혔다.

‘온열 암 치료’는 암세포에 자성을 띄는 나노입자를 넣어주고,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이 나노입자에서 열이 발생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짧은 시간에 암세포를 사멸시켜 암 전이를 사전에 차단한다. 또 특정 암세포만을 대상으로 치료가 가능해, 정상세포 및 DNA 변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현재 온열 암 치료법에서 쓰는 자성 나노입자는 열 방출 효과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암세포를 파괴할 만한 열을 내기 위해선 많은 양의 나노입자를 주사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120 KHz 미만)에서 열을 폭발적으로 발생시키는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치료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마그네슘 나노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의료용으로 허가한 물질과 동일한 산화철이지만 발열 효율은 100배나 커, 암세포를 죽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온도라고 알려진 섭씨 50도 이상의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 쥐에 뇌종양 세포를 자라게 한 뒤 그 부위에 마그네슘이 도핑(소량의 불순물 첨가 공정)된 나노물질을 주입 후,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를 쏘자 2일 후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마그네슘 나노물질과 같은 산화철을 기반으로 한 온열치료제의 개발은 앞으로 전이성 뇌종양을 포함한 악성 뇌종양과 전신 암의 진단과 치료의 신기원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선하 교수는 “악성 뇌종양의 경우 현재 가장 효과가 있는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2~4개월 수명이 연장되지만 두 치료 모두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며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치료는 물리적으로 암세포를 분열시키고 내성이 생기지 않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각광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나노의학회장인 강건욱 교수는 “나노물질 온열 암치료는 기존 치료에서 사용하던 조영제와 같은 물질인 산화철을 이용해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암세포를 죽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온도라고 알려진 50도 이상의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최신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