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댄서 280만원 vs 열정페이 10만원… 평창 개막식 ‘차별’ 논란

입력 2018-01-05 08:18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개폐회식 출연진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했을 뿐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급여와 처우에 차별까지 둔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대학생 200여명이 겨우내 연습하고 공연비로 10만∼20만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국민일보 2017년 12월 22일자 10면 참조)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조직위는 최저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처우개선에 나서기로 4일 결정했다. 하지만 애국심을 빙자해 학생들의 노동력을 국가행사에 사실상 무상으로 동원하려한 국가동원주의적 발상 자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직위는 학생들과 같은 활동을 하는 일부 전문인력들에게는 수백만원가량의 임금을 차별 지급해 참가자들의 공분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한 참가자는 지난 2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 자부심을 갖고 하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작성자는 “턱없이 부족한 페이와 조건이었지만 세계적 행사에서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자부심과 명예를 갖고 참가하게 됐다”고 썼다. 이어 “연습 과정에서 ‘전문 댄서’라는 팀이 존재하는 걸 알았다. 이들에게는 1인당 280만원씩을 지급하고, 합숙 때 제공되는 숙소도 차등 배치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조직위는 이를 숨겼고 항의하자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를 잃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참가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회식 참가 동의서를 쓸 때도 전문 댄서팀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청원글을 보고서야 전문 댄서팀의 존재를 알았다”며 “어떤 기준으로 차별을 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직위 관계자는 “전문 댄서팀은 공연에 중복 출연하기 때문에 출연료가 높다”며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사람은 275만원을 받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 댄서는 안무감독이 직접 섭외했고 출연료 협상도 안무팀에서 했다”고 덧붙였다.

열정페이 문제는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개폐막식 행사에 동원된 다른 대학 타 전공 학생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돈을 받고 연습을 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한국체대 상명대 동덕여대 서울예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성신여대 세종대 추계예대 한국예술원 한양대 서울예고 국립국악고 선화예중 학생들이 동원됐다.

예술고 소속 교사와 강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들은 다음 달 21일 모든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의 인솔과 관리를 맡으면서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부모는 통화에서 “선생님들이 ‘저희는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번 개폐회식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별도의 봉사활동 점수를 주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며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봉사활동 시간은 학교 측 요청이 있다면 대회운영자원봉사자와 같은 조건으로 줄 것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해명을 요청하자 조직위는 회의를 열고 처우개선책을 발표했다. 조직위는 최저시급 기준 적용 외에 간식 품질 개선, 부모 동반 숙식제공 확대, 부상자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사 배치, 심야 리허설 자제 등을 약속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열악한 예산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결과적으로 열정페이를 요구한 모양새가 됐다”고 시인하고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에서 어린 예술가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