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 양동근 주연의 영화 ‘천화’(감독 민경국)가 압도적 분위기를 예고했다.
‘천화’는 한 치매 노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한 여인과 그녀의 곁에 선 한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현실 같은 꿈, 꿈 같은 현실을 독특한 내러티브와 감각적인 연출로 보여준다.
4일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는 주요 인물 5인과 그의 대사를 통해 극의 내용을 짐작케 한다. 먼저 윤정(이일화)의 고혹적인 느낌과 깊이 있는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 정착해 살아가지만 그의 과거를 아는 이가 전혀 없는 미스터리한 여인. “사랑이 비겁할 때도 있죠. 그렇다고 다 하찮은 건 아니잖아요”라는 강렬한 대사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종규(양동근)는 선천적인 예술 감각과 야생적인 기질을 지니고 제주도를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야! 난 이 차 관으로 생각하고 타고 다녀”란 익살스런 대사와 함께 배경의 몽환적 분위기가 그의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서귀포 시내의 요양원에서 지내는 치매노인 문호(하용수)는 “내 인생은 전부가 다 거짓덩어리야”라고 참회한다. 수년 전 실종된 남편 문호의 사망신고를 접수하고 어떤 의문에 휩싸여 제주도로 내려오는 수연(이혜정)은 처연한 표정으로 “죽을 만큼 힘들 땐 뭐라도 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종규의 오랜 친구이자 제주도를 떠도는 영혼들의 안식처를 제공하는 카페 여주인 나온(정나온)은 건조한 눈빛과 몸짓으로 시선을 끈다. “그럼 난 누가 보살펴주지”란 애처로운 대사와 대비되는 밝은 배경이 그의 사연을 궁금케 한다.
‘천화’는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깊이 있는 주제를 독특하고 현대적인 연출 기법으로 풀어냈다. 아름다움과 고립감이 공존하는 제주도라는 공간의 이중성을 완성도 높은 미장센으로 표현됐다. 오는 25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