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나쁜 놈. 네가 사람이냐.” “모자 벗겨. 얼굴을 공개해.”
고준희(5)양 시신 유기 사건 현장검증이 이뤄진 4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친부 고모(37)씨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고성이 쏟아졌다. 이 아파트는 준희양이 지난해 1월 29일부터 4월 26일까지 살았던 곳이다.
패딩점퍼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고씨는 부엌에서 30㎝ 길이의 두꺼운 플라스틱 자를 들고 와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자로 등과 엉덩이를 때렸다”며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딸의 발목을 여러 차례 밟는 모습도 재연했다. 고씨는 건강이 나빠진 준희양을 차량에 눕힌 뒤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학대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아니오.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고씨는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고 말했다.
지켜보던 한 주민은 “저런 범죄자랑 같은 건물에서 살았다는 게 소름이 끼친다”며 “동물도 자기 자식은 끔찍이 아끼는데 딸을 때려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내연녀 이모씨도 현장까지 왔지만 “몸이 아프다”며 경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경찰은 고씨와 이씨의 어머니 김모(62)씨를 군산 내초동 야산으로 데려가 시신 유기 과정도 현장검증했다. 경찰은 고씨와 이씨에게 아동학대에 의한 치사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고씨는 딸 준희양이 숨진 뒤에도 약 6개월 동안 양육수당 6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지방자치단체가 환수에 나설 예정이다. 양육수당은 5세 이하 어린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울 경우 연령에 따라 월 10만∼20만원씩 받는 돈이다. 준희양은 숨지기 전까지 어린이집을 다녀 양육수당 지급대상이 아니었다. 부친 고씨는 딸이 숨진 지 한 달 반이 지난 뒤 양육수당을 받아내려고 가정에서 키우는 것처럼 신고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가 사망한 사실이 보고되면 양육수당 지급은 곧바로 중단되지만 이번처럼 자녀가 숨진 사실 자체를 숨길 경우 계속 수당을 받아 챙겨도 정부가 알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양육수당 변경신고는 한 해 70만건씩 접수된다. 지자체는 어린이집 통원·출석 여부 등만 확인하면 신청을 받아준다. 복지부 측은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보완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주=김용권 기자, 최예슬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