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환영” vs “北 덫에 걸려들 것”… 美 엇갈린 반응

입력 2018-01-04 20:58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오른쪽),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국사령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들과의 면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를 위한 남북 간 대화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한·미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뉴시스

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이 가동되자 미국의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덫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마침내 북한에 대한 희소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되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논설위원단 일동’ 명의로 작성된 사설은 “북한이 단박에 핵무기를 포기하거나 그럴 가능성에 진지하게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으로 빠져들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규정했다.

WP 사설은 “외교를 통해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어쩌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결이라는 중요한 잠정조치로 진전될 수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남북대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북한 핵 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제공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NYT는 “한국이 남북대화를 통해 군사훈련 중단이나 추가 제재 거부 등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런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대화는 할 가치가 있다”고 썼다.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과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김정은의 제안이 단순한 전술 이상인 9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공동기고문을 싣고 “북한의 대화제안이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연락채널 개통을 직접 발표하면서 ‘김정은의 위임’을 받았다고 공개한 사실에 주목했다. 북한이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을 뿐 아니라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과 공식 직함을 사용한 것은 문 대통령을 예우한 것일 뿐 아니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긍정평가하고 실무 대책을 시급히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도 북한의 태도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이유로 꼽았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도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을 환영했다고 파란 하크 유엔 부대변인이 밝혔다.

반면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을 위협하고 있는데 한국은 북한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한다”며 “이런 상황은 미국 정부 대북정책의 본질적인 추진력에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엘리어트 에이브람스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덫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한·미 군사관계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