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5)양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아버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이씨의 어머니 김모씨(62)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4일 오전 진행됐다. 칼바람이 부는 매서운 날씨였지만 현장에는 수십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0시쯤 경찰 승합차를 타고 완주군의 한 아파트에 도착한 고씨와 이씨는 시민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에도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특히 이씨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현장검증을 거부하며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패딩 점퍼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고씨가 호송 차량에서 내리자 시민들은 “니가 사람이냐” “살인자다” 등의 비난과 욕설을 쏟아냈다.
시민들의 울분에도 고씨는 태연하게 사건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고씨는 준희양을 대신한 마네킹을 30cm에 달하는 쇠 자로 때리고 발목을 수차례 밟는 상황을 재연했다. 이어 상태가 나빠진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차 안에서 인공호흡한 뒤 아이를 김씨의 집으로 데려가 아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까지 연출했다.
약 20분간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이 끝난 뒤 ‘학대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씨는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고씨는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 (평생)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며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준희양의 의붓외할머니 김씨는 “집에 데려왔을 당시에는 아이가 살아있었고 조금 후에 죽었다”면서 “맨 처음에는 고씨 등과 신고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암묵적으로 아이를 유기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고씨가 선산 이야기를 해 이곳에 묻었다”며 “어린이날에 인형을 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준희양이 죽은 날 인형을 사와 노잣돈과 함께 넣어줬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준희양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고씨와 이씨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등에 관련한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