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 외연을 확장하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하지만 담대한 목표에 비해 현실은 살얼음판이다. 국민의당은 통합 반대파가 개혁신당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 바른정당은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합으로 몸집을 불리려 했지만 외려 분당·탈당으로 ‘영양실조’ 위기에 놓인 셈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당직자 간담회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바른정당이 약속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통합이 됐으면 한다”며 “의기투합해 같이 갈 수 있는 통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의원 및 광역자치단체장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의기투합’ 발언으로 내부결속을 강조한 것이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직후에도 “(탈당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는 없지만 최대한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는 2월 중 통합을 완료하기로 3일 합의했다. 통추협은 “대한민국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개혁정당의 탄생을 염원하는 국민의 준엄한 뜻을 받들고 구시대 전유물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합리적 개혁세력의 통합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장 양당에선 통합의 청사진과는 상반된 움직임이 나왔다. 줄곧 통합에 반대해온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물론 바른정당 내에서도 통합에 회의적인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남 중진을 위주로 한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개혁신당을 추진하겠다며 통추협에 맞불을 놨다. 박지원, 정동영, 최경환 등 의원 11명은 전날 회의를 갖고 개혁신당 추진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 의원은 “합당 저지를 위한 배수진”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 탈당 사태로 의원이 11명밖에 남지 않은 바른정당은 3차 탈당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통합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을 희망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주요 인사로는 김세연·이학재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있다. 김 의원(부산 금정구)과 이 의원(인천 서구갑)은 지역구 사정으로 한국당 복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두 당의 통합이 무의미하다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두 당의 통합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원 지사는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혁신을 하고 바깥으로는 확장을 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가 그런 근본에 충실한 것인지에 대해 매우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당의 최종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빠른 시일 내에 통합을 마무리해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피력하려던 양당의 고민도 깊어졌다. 국민의당은 호남중진들이 빠질 경우 그나마 지지를 얻어온 호남에서의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 역시 TK지역에서 한국당을 제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수도권을 노려야 하지만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강고해 웬만해선 이기기 힘든 상황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