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보안 취약 논란에 대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사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해킹 피해 가능성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동종업계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한 문제’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인텔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최근 결함으로 인한 문제점이 인텔 제품만의 문제라는 지적은 부정확하다. 많은 업체들의 제품이 같은 문제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AMD, 영국 ARM 등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생산 업체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의 연산 처리를 위한 핵심 부품이다. 인텔의 세계 점유율은 70%로 추산된다.
영국 정보통신기술(IT) 포럼 ‘더레지스터’는 지난 2일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설계 결함으로 보안 취약점을 노출했다”며 ”로그인 등의 과정에서 컴퓨터에 저장되는 개인정보가 악성코드로 해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앞서 미국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른바 ‘너드’(nerd)로 불리는 컴퓨터 장시간 이용자들이 인텔 제품의 문제를 발견하고 공론화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논란은 전문가들의 토론장인 더레지스터의 지적으로 확산됐다. 더레지스터는 “인텔 제품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실시하면 컴퓨터의 성능이 적게는 5%, 많게는 30%까지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논란 역시 레딧에서 불거졌다. 레딧은 현재 별도의 인텔 페이지를 개설해 관련 이슈를 수집하고 있다.
인텔의 성명은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성명 내용은 보안 취약 논란을 사실상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주가는 하루 동안 3.4% 포인트나 하락했다. 인텔은 다만 업데이트에 따른 컴퓨터 성능 저하 논란에 대해서만큼은 “소문과 다르게 업데이트가 컴퓨터 성능에 끼치는 영향은 (이용자의) 작업량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했다.
미국 시장정보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제프 폴래드 애널리스트는 “20년 동안 보편적으로 사용한 보안 제어를 우회해 컴퓨터를 공격할 빌미가 제공된 점에서 이번 사건(마이크로프로세서 칩 보안 취약)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은 물론 컴퓨터 개인 이용자에게도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