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과 오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생존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연초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간담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 오찬에 앞서 병원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 그동안 워낙 잘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며 김 할머니의 쾌유를 빌었다.
김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며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 주어야 한다.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하면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 복잡한 시기에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김 할머니는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와 문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는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역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에게 친필 손목시계와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마련한 목도리·장갑 세트를 선물로 전달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