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누운 김복동 할머니, 손 꼭 잡은 대통령에게 “文은 다르다”

입력 2018-01-04 17:15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과 오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생존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연초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간담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 오찬에 앞서 병원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 그동안 워낙 잘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며 김 할머니의 쾌유를 빌었다.

김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며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 주어야 한다.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하면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 복잡한 시기에 어려운 일이고 우리가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김 할머니는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와 문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는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역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에게 친필 손목시계와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마련한 목도리·장갑 세트를 선물로 전달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