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앞두고 먼저 이사 간 빈 집의 수도가 동파해 남아있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재개발단지의 한 건물 외벽은 거대한 고드름으로 덮여 있고 주민들은 하루 종일 새는 물을 퍼내기 바빴다.
이 지역 내 빈집 등 30여 곳에서 수도 동파가 발생했지만 이를 관리할 사람들이 없다. 미처 이사를 가지 못한 거주민들은 새는 물을 대야로 바치거나 습기가 가득 찬 마루 바닥을 온풍기로 말리며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한파가 몰아친 4일 거주민 정모씨(79)의 집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현관등이 있는 천정에서 물이 새면서 전기 누전으로 연기가 나고, 고드름을 제거하다 실수로 베란다 창문마저 깨졌다. 정씨는 "이 엄동설한에 어디로 나가야 하는 지 막막하다"며 "여기 저기 물이 새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한다"고 하소연 했다.
지하에 사는 이모씨(60) 역시 바닥에 차는 물을 퍼내며 하루를 보낸다. 이씨는 "30년간 살면서 물이 새본 적이 없는데, 마룻바닥이 그새 변색됐다"며 "재개발 때문에 이렇게 됐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구역 내 아직 이주하지 못한 주민들은 남은 겨울을 보내기가 두렵기만 하다. 안양 호계동의 재개발단지에는 아직 700세대가 남아 있다.
안양 =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