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아픔을 보듬지 못했다” 위안부 할머니들 위로한 文대통령

입력 2018-01-04 15:52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만나 “위안부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피해 할머니 8명과의 오찬에서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를 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 할머니들을 청와대에 모신 건 국가가 도리를 다하려는 노력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정부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2·28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는데 대통령께서 합의가 잘못됐다는 걸 조목조목 밝혀주니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 그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 부담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고 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 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며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와서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일본을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