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흘러간 국정원 상납금… ‘이재만 쇼핑백’ 미스터리

입력 2018-01-04 15:38 수정 2018-01-04 16:21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 국민일보 DB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추가기소하면서 공개한 수사경과를 보면 국정농단 세력은 대담하고 조직적인 상납의 고리를 만들어 움직였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비선 실세’ 최순실씨,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이영선·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대부분이 상납금에 개입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4일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매월 5만원권으로 5000만~1억원씩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달 1심 선고공판을 앞둔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에서 19개로 늘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정원 상납금의 관리를 책임졌다. 박 전 대통령이 지정한 액수의 국정원 상납금을 쇼핑백에 담은 뒤 테이프로 봉인해 청와대 관저로 옮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쇼핑백을 이 전 비서관에게서 직접 넘겨받았다. 매월 상납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최소 2000만원, 많게는 1억2000만원이었다.

이 전 비서관은 상납금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15억원을 최씨 등과 사용한 차명폰 요금, 서울 삼성동 사저 관리비, 기·운동치료 비용과 ‘문고리 3인방‘ 관리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나머지 18억원은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중 일부가 최씨에게 흘러가 의상실 운영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 관저에서 쇼핑백을 전달할 때 최씨가 동석하거나 이 전 행정관이 최씨의 운전기사에게 쇼핑백을 전달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에게 전달된 자금의 규모와 지시 주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모두 조사를 거부하면서다. 검찰은 “최씨에게 쇼핑백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최씨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이 전달됐는지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