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의 내역이 공개됐다. 특활비 대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치료와 운동치료, 사저관리 등 개인적 용도와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52)·안봉근(52)·정호성(49) 전 청와대 비서관 관리, 박 전 대통령 전용 의상실 운영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원 자금 상납 사건 수사경과’를 발표하고,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朴, 사적 용도로 15억원 써
검찰에 따르면 특활비 가운데 15억원은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 용도에 사용됐다. 최순실(61)씨와의 차명폰 구입과 요금 납부, 기치료·운동치료·주사비용, 삼성동 사저관리비, 사저관리인 급여, 사저수리비 등에 총 3억6500만원이 사용됐다.
국정원에서 상납한 돈 관리는 이재만 전 비서관이 맡았고, 사용 지시는 박 전 대통령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매월 1000만원을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을 통해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하면, 이 전 행정관은 차명폰 요금과 삼성동 사저 유류대금 등을 지불했다. 이 전 행정관은 ‘주사 아줌마’ 등에게 주는 대금 전달책 역할도 맡았다.
‘문고리 3인방’도 국정원 특활비의 수혜자였다.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이들 3인에게는 매월 300만~800만원씩 총 4억8600만원이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됐다. 검찰은 “3인의 활동비는 처음엔 월 300만원씩 지급되다가 국정원 상납액이 늘면서 월 500만원으로 증액됐고, 박 전 대통령 임기 1년을 남긴 시점에는 월 800만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관리에는 최씨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인방은 활동비 외에도 휴가나 명절 때 수천만원씩을 챙겼다.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명절비나 휴가비, 전별금과 별도로 이들에게 지급된 돈만 4억9000만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3인방이 휴가비와 명절비를 받는 과정에 최씨가 직접 작성한 자필 메모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전용 의상실 비용도 특활비로 지급
나머지 18억원 가운데 일부는 박 전 대통령 전용 의상실 운영비로 쓰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최씨는 2013년 5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남산과 강남 등지에 전용 의상실을 운영했고, 2016년 9월 독일로 도피하기 전까지 매월 1000만~2000만원의 운영비 6억9100만원 가운데 일부를 국정원 특활비로 냈다. 최씨의 독일 도피 이후 의상실 운영대금 지급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2014년 4월 남재준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5000만원씩 총 6억원을, 2014년 7월~2015년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1억원씩 총 8억원을, 2015년 3월~2016년 7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1억~2억원씩 총 19억원을 상납받았다.
2016년 8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특활비 상납을 잠시 중단시켰다가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억원을 추가로 받는 등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6~8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에게 매월 5000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직접 요구해 1억5000만원을 추가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이 특활비로 지급된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중이어서 이번 기소 내용에서는 제외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