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운 SBS, 좌파정권에 뺏겨” 홍준표 말에 SBS가 보인 반응

입력 2018-01-04 14:39
뉴시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니까 SBS도 빼앗겼다”고 한 말에 대해 SBS가 정면 반박하며 홍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홍 대표는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무실을 찾아 신년 인사차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전 대통령을 만난 홍 대표는 현 정권을 성토하다 언론사를 화제 삼아 대화를 이어갔다. 홍 대표는 “좌파정권이 들어서니까 부산 KNN도 빼앗겼다. 이제 방송국을 아예 뺏는다”며 “지금 SBS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SBS ‘8시 뉴스’ 방송캡처

SBS는 같은 날 ‘8시 뉴스’를 통해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비판했다. 뉴스 앵커는 보도에 앞서 “지난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대표가 또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며 “직접 듣고 판단해 보시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에서는 “지난 대선 때는 홍 대표가 SBS 보도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면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지난해 5월 홍 대표의 부산 유세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띄웠다. 당시 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 대표는 “SBS는 내가 드라마 ‘모래시계’ 만들어서 키운 방송이다. 홍준표가 키워준 방송에서 그따위 짓을 할 수 있냐”고 소리치며 “내가 집권하면 SBS 8시 뉴스를 싹 없애버리겠다”고 선언했다.

SBS ‘8시 뉴스’ 방송캡처

홍 대표는 7개월 후인 지난 12월에서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내가) SBS 8시 뉴스 없애버리겠다고 그랬느냐? 그때 그런 말을 했다면 과한 말을 했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뉴스를 전한 기자는 마무리 멘트에서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치 권역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잘못된 언론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보수 혁신을 내건 제1야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 대표부터 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언론관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는 ‘8시 뉴스’ 클로징 멘트에서도 홍 대표의 발언을 다시 한번 받아쳤다. 앵커는 “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늘(3일) 홍 대표가 SBS를 빼앗겼다고 말했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자유한국당 소유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