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대리점, 그만둔다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 10배 물어내”

입력 2018-01-04 13:03
게티 이미지 뱅크

“최근 취업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됐는데 점주가 후임자를 구하지 않았다며 계약서 내용대로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합니다. 배상금은 월급의 10배가 넘습니다.”

남양유업 모 대리점에서 근무했던 청년은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배상금 때문에 배달 후임자를 찾아야 할 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가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배상해야할 금액은 400만원이다.

갑의 횡포에 시달리며 눈물을 떨구던 을들이 애먼 곳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약자 병들에게 ‘을질’을 하는 것이다. 갑질이 을질을 낳는 이 먹이사슬의 비극이 최근 남양유업 대리점에서 자행됐다.

노컷뉴스는 4일 “남양유업 모 대리점이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대학생에게 월급의 열배가 넘는 배상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리점 아르바이트 계약서에는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못하거나 배달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맡고 있는 배달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한다”고 표기돼있다. 또한 “어떠한 경우든 배달원이 대리점에 손해를 끼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고도 명시돼있다. 대리점이 근로자와의 상하관계를 악용해 노동행위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노예계약인 것이다.

우유배달원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판매계약을 맺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손해배상 금지의 원칙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법에 보호받지 못한다. 대리점은 이같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한솔 노무사는 “계약서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계약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해당 대리점 관계자는 “알바생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배상 조항을 넣은 것이다. 판촉이나 영업비용 등을 따지면 한가구당 10만원 가까이 투입되는 상황”이라며 “우리 입장에선 일종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전형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