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통합반대파가 ‘개혁신당 창당’을 검토하고 나섰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통합찬성파가 바른정당과 통합추진협의체를 출범시키며 ‘신설합당’ 방식에 합의하자 반대파 역시 ‘신당 창당’이란 맞불을 놓은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결국 국민의당의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 통합반대파 “새로운 결의 할 때… 개혁신당 추진”
통합반대파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대표 조배숙) 소속 의원 10여명은 3일 따로 모임을 갖고 통합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의 통합 신당에 맞서 독자적인 신당 창당을 검토하기로 했다. 운동본부 대변인격인 최경환 의원은 "여러 의원들이 새로운 결의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개혁신당 추진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개혁 신당 논의는 당을 구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같이 갈 수도 없고 같이 갈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대파의 신당 창당 결행 마지노선은 2월 4일이다.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일인 2월 15일 전에 창당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대파 핵심 관계자는 "호남 표심으로 국민의당이 탄생했는데 그걸 배신하고 전국 정당으로 간다는 건 맞지 않다. 만약 갈라선다고 하면 중도 의원들도 올 것"이라며 원내 교섭단체(20명) 구성을 자신했다.
안 대표 측은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에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파 관계자는 "전당대회 의장인 반대파 이상돈 의원 대신 의장대행을 지정하고 전자투표로 약식 전대를 치를 경우 무산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결국 대응책은 맞불 신당뿐임을 시사했다.
◇ 통합찬성파 “2월 중 신설합당 통합”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은 2월 안에 신당을 창당해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는 3일 신설합당 추진, 제3세력 규합 등 4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통추협은 “양당의 단순한 합당이 아닌 신설합당 방식을 취하기로 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치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제3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2월 내 통합신당 창당을 완료하고, 통합 절차를 지원할 공동 실무지원팀을 두기로 했다.
신설합당은 신당을 만든 뒤 신당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양당이 동등한 입장에서 신당에 참여하게 되고, 기존 의원 및 당원들의 당적도 그대로 신당에 승계되는 장점이 있다. 또 흡수 방식의 합당을 추진하다보면 생길 수 있는 복잡한 내부 당헌·당규 논란도 피할 수 있어 절차도 간소해진다. 신당에 뜻을 같이하는 새로운 인물이 창당과 동시에 합류할 수 있는 명분도 주어진다.
통추협은 양당이 전당대회를 거쳐 통합을 결의한 뒤 각 당이 소멸되면 2월 내 신당을 창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인 창당 시점은 설날(2월 16일) 이전 또는 평창올림픽 개막(2월 9일) 이전이 거론된다. 공동 실무지원팀은 양당에서 당직자를 4명씩 지명해 총 8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통합을 밀어붙이는 안 대표 측은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반대 측을 찾아가 무릎이라도 꿇고 함께 가자고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대표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화 가능한 의원부터 통화하고 있다”며 반대파 설득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쪽에서는 통합을 거부한 국민의당 의원은 무소속이 될 것이라는 엄포도 나왔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통추협회의 후 반대파 의원들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의당에) 남을 수 없다. (신당에) 합류 안 하면 무소속으로 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도 ‘바른정당 의원 11명 모두 신당에 함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최대한 노력해 가려고 하니 그것은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통합신당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인재 영입도 필수다. 안 대표는 이번 통합의 목표가 지방선거 승리라고 밝히고 있다. 통합신당 출범이 경쟁력 있는 인재 영입 및 지방선거 선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양당의 통합이 새로운 중도개혁세력 탄생이 아니라 기존 정치세력의 물리적 통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바른정당도 ‘이탈’ 현실화
남경필 경기지사가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키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국면에서 한국당 복당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안다"며 "복당 시기는 추가 탈당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합 국면에서 이탈 가능성이 줄곧 제기된 3선의 김세연·이학재 의원의 탈당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학재 의원은 지난달 비공개회의에서 유승민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2+2' 통합 교섭창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취가 주목된다. 원 지사는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이 안으로는 혁신, 밖으로는 확장해야 하는데 통합논의가 그러한 근본에 충실한 것인지에 매우 의문을 품고 있다"며 "당 소속이나 정치 일정에 대해서는 고민 끝에 적정한 시간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