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 갑자기 늘리고, 상여금 절반 삭감… ‘최저임금 꼼수’

입력 2018-01-04 08:56

아파트 경비원 A씨는 해가 바뀌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새해 첫 출근 날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경비원의 점심·저녁·심야 시간대 휴게시간을 갑자기 늘렸다. 관리사무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비가 급격히 인상돼 부득이 경비원 휴게시간을 변경했다”고 공고했다. 근무 중간에 끼어 있는 휴게시간은 시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제로 쉬는 셈이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의 민원이나 심부름을 외면할 수 없어 제대로 쉴 수 없다.

A씨 사례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수십 건의 제보와 문의 중 하나다. 직장갑질119는 최저임금 인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꼼수가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최저임금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 있다고 위기감을 고조시킨 직장도 있었다. 한 회사는 새해 첫 출근 날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복지 변경의 건’이라는 공고를 붙였다. 공고문은 “최저임금 인상과 대외적 여건, 침체된 경기 여파로 회사의 존폐마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자구책을 공지한다”고 전했다.

회사가 제시한 자구책은 설날과 추석에 월급여의 100%씩 지급했던 상여금을 50%씩으로 줄이고 연말에 이익이 남으면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유급휴일도 설과 추석 당일, 근로자의 날 등으로 최소화하고 별도 수당으로 지급해온 교통비와 출퇴근 차량도 없앤다고 밝혔다.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임금 같은 취업규칙은 직원들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변경하면 무효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직원들의 근무시간 중 휴식시간을 1시간 강제 연장했다. 임금을 줄이기 위해 일이 없을 때 일찍 퇴근시키고 바쁠 때 일을 더 시키기로 했다. 사실상 연장근무를 하면서도 연장근무 수당을 안 주려는 꼼수다. 한 커피전문점은 주 5일근무로 시간을 변경하고 야간수당을 없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라도 근무시간이 줄어 월급은 오히려 10만원이 줄게 됐다. 현행법상 상여금·명절수당 등 매달 지급하지 않는 임금과 초과근무수당·연차수당 등 변동임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최저임금 인상 후 휴게시간 강제 연장, 상여금 기본급 전환, 식대·교통비 삭감, 유급휴가의 연차휴가 대체 등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이는 최저임금법 제정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신고센터를 만들어 이 같은 편법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