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데 불쌍해서 어떡하나.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세밑 아파트 화재로 쓸쓸히 하늘나라로 떠난 삼남매의 초라한 영결식이 치러진 3일 오후. 광주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3구의 시신이 잇달아 운구차에 실리자 주변이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장례식장에 흔한 영정과 빈소도 없었고 문상객도 받지 않은 낯선 장례절차였다.
오후 1시쯤 화장시설로 옮기기 위해 일반 관의 반 정도 크기인 ‘작은 관’이 지하 영안실을 빠져나오자 가족 일부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중학교 여동창생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삼남매를 한꺼번에 떠나보내는 아빠 이모(21)씨는 목발을 짚은 채 싸늘한 시신이 담긴 관을 부여잡지도 못하고 숨죽여 오열했다.
“서둘러 데리고만 나왔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
삼남매를 몹시 귀여워했던 친할아버지는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미처 꽃피기도 전에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향하는 손주 삼남매의 이름을 차례로 외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창 재롱을 피워 사랑을 독차지할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이들의 영결식을 지켜본 병원 의사와 간호사, 문병객들도 먼발치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4세와 2세 남아, 15개월 된 여아를 숨지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중실화)로 전날 구속된 엄마 정모(22)씨는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삼남매가 화장장에서 한줌의 흙이 되던 바로 그 시간에 정씨는 손목에 수갑을 찬 채 현장검증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수갑과 함께 화상을 입은 양손에 붕대를 감은 정씨는 삼남매 장례와 화장소식을 알지 못했다. 경찰이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현장검증 일정을 고려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남매의 마지막 길조차 함께 하지 못한 철부지 엄마는 현장검증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불이 난 당시 방에서 혼자 탈출하던 과정을 재연하던 정씨는 불에 타다만 장난감과 이부자리 등이 널브러진 아파트에서 자녀들을 구조하지 못한 죄책감 탓인지 연신 눈물을 떨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