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파문과 관련, 임 실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임태희 전 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 전 대통령의 비리를 캐지는 않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TV조선이 3일 보도했다.
TV조선은 이날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한 이유가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 뒷조사를 하다 왕실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임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해명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 실장은 임 전 실장에게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보도됐듯이 전 정부의 약점을 캐기 위한 그런 활동은 아니었다. 그런거죠”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정책’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명박정부의 원전 수주를 문제삼다가 UAE와 관계가 악화됐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비서실장이 급파됐다는 논리를 폈다. 또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이 임 비서실장과 동행한 것을 들어 UAE 방문 이유를 낱낱이 밝히라고 맹공을 펴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이 이명박정부의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한 이면계약 여부를 조사했으며, 원전 수주 이외 양국간 비밀 군사협력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혹 제기 대신 관망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UAE 원전 논란 한가운데 있는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그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얘기하지 않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초에도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답없이 웃음으로 대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 전 측근들에게 “한국과 UAE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UAE 논란의 내막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