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정부를 향해 “개헌하려면 국민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택으로 찾아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를 만나서다.
김 전 총리는 3일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을 방문한 홍 대표, 김 원내대표와 마주앉아 “개헌을 시도하면서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대표는 김 전 총리의 말을 이어 “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개헌 방향이 ‘좌파 사회주의’ 체제의 근본 틀을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한국당과) 개헌 방향이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누가 주도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세상에(세계적으로) 좌경화는 없다. 지금 어디가 좌경화됐는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느냐”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금 전 세계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만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 원내대표는 “올해 국회의 가장 큰일은 개헌 문제”라며 “국회가 개헌 논의에 집중해 올해 안에 당이 개헌을 국민투표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하루 전 출연한 JTBC ‘뉴스룸’ 토론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장했던 개헌 입장을 뒤집은 한국당의 태세 전환을 놓고 다른 토론자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로부터 사과를 요구받았다. 김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은 없었다.
김 전 총리는 1961년 초대 중앙정보부장(국가정보원장), 1971년부터 4년 동안 국무총리를 지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다. 국정농단 세력 규탄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취지로 “5000만 국민이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며 내려오라 해도 (권좌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김 전 총리 자택 방문은 새해인사 격으로 이뤄졌다. 면담은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홍 대표는 김 전 총리에게 ‘수복강령(壽福康寧)’을 적은 난을 선물했다. 수복강령은 ‘편안하게 오래 복을 받으며 장수한다’는 의미다. 김 전 총리는 92세로 고령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