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단체 관람한다. 문재인정부 들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며 개혁을 추진하는 내부의 기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청은 민갑룡 본청 차장을 비롯해 국·과장, 직원 등 본청 소속 경찰관 200여명이 4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1987’을 단체 관람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민주화항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에는 특히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 및 인권을 탄압하는 경찰의 어두운 면이 담겼다. 당시 경찰 대공수사관들은 서울대학생 박종철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물고문을 해 사망케 했다. 경찰은 당시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며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했다.
경찰이 스스로의 치부를 들추는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 정권들에서 ‘민중의 몽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경찰이 새 정부 들어 경찰개혁을 추진하며 ‘인권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은 인권전담 부서 신설, 인권영향평가제 등 개혁 과제를 논의·발표해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28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과 함께 영화 ‘1987’을 먼저 관람했다. 이 청장은 “잘못된 공권력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시대에 맞게 인권 가치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