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간접흡연 위험 상존…없다는 담배회사 주장 사실 아냐”

입력 2018-01-03 15:49

궐련형 전자담배의 명칭을 ‘가열담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 단체에서 나왔다.

대한금연학회(회장 지선하)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한양대 공동정책대학원 이성규 교수는 3일 “현재 사용하는 ‘권련형 전자담배’ 용어를 ‘가열 담배(Heat-not-burn tobacco products)’로 바꿀 것을 권고한다”면서 “가열담배를 현행법상 ‘전자 담배’로 분류하고 있으나 가열담배와 전자담배는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시작으로 한국브리티시어메리칸토바코의 ‘글로’가 국내 출시됐고 최근 KT&G가 ‘릴’ 판매에 들어갔다. 담배회사들은 가열 담배가 기존 담배와 달리 건강상 덜 해롭다거나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의 과장된 홍보를 진행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시행한 연구를 근거로 가열담배가 기존 담배(궐련) 보다 독성물질이 적어 인체에 덜 위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연학회는 “하지만 가열담배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이 잘못된 인식을 가져선 안된다”고 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전자장치를 사용하는 담배제품’을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정의에 따라 가열담배를 전자담배 정의 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어 일반인으로 하여금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담뱃잎, 줄기 등에서 추출한 그리고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 액체를 사용하는 전자담배와 기존 담배와 동일하게 담뱃잎을 직접 사용하는 가열담배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말했다.
또 “가열 담배가 기존 담배에 비해 90% 더 안전하다는 담배회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교수는 “담배회사 지원을 받지 않은 독립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열담배 제품인 아이코스에서 담배의 주요 독성물질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배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아이코스 사용후 급성 호산구성 폐렴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가열담배가 배출물(연기 혹은 에어로졸)에 의한 간접흡연 노출 위험이 없다는 담배회사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학회는 밝혔다. 이 교수는 “가열담배 사용하는 동안에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위해 물질 노출이 여전히 존재하고 가열 담배에서 배출된 미세 입자의 상당량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 폐에 도달한다는 연구결과가 2016년 발표됐다. 기열담배이 기체 성분 분석 연구에서 다양한 수준의 위해 물질이 발견된 만큼, 이로 인한 위험이 없다는 담배 회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열담배를 담배제품으로 규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따라서 가열담배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다른 담배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돼야 한다는 게 학회 측 입장이다. 이 교수는 “명칭 변경과 함께 가열담배 흡연자들의 행태 파악을 위한 모니터링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