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매체에서 대남 비난글이 자취를 감췄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를 언급한 뒤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논조가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만 해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한 문재인정부를 향해 “망둥이가 뛰니 골뚜기도 뛴다”며 무시하는가 하면 대미 사대굴종 외교를 집어치우라는 글을 실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3일자 지면에 남한을 비난하는 기사가 한 건도 실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이날 조선중앙방송에서 김정은의 위임에 따른 입장을 발표할 때도 남한을 향해 비교적 ‘정중한’ 표현을 썼다.
리 위원장은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대한 남조선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따른 우리의 입장”이라며 문 대통령을 호칭과 함께 직접 언급했다. 말을 맺으면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평창 올림픽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에 남조선 청와대가 환영 의사를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지와 실무대책 수립을 지시한 것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북한연구학회는 이날 ‘2018 북한 신년사 분석과 한반도 정세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서보혁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고 말한 신년사 대목을 언급하며 지난해보다 남북대화 의향이 상대적으로 증대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신년사의 외교안보 정책 언급도 지난해보다 ‘톤다운’됐다”면서 “지난해에는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 등 다소 센 어휘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적대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리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발표문 전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동지의 위임에 따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리선권동지가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의 위임에 따라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대한 남조선청와대의 공식입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발표하겠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새해2018년 신년사에서 밝히신 평창올림픽경기대회 참가와 북남관계 개선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 접한 남조선의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지지환영한다는 것을 발표하였으며 1월 2일에는 첫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하면서 해당 부문에 실무적 대책들을 세울 것을 지시하였다는 것을 보고받으시고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시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하시였습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하여 해당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부터 북남사이에 판문점연락통로를 개통할데대한 지시도 주시였습니다.
특히 일정에 오른 북남관계개선 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것은 전적으로 북남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루어 나가는가 하는데 달려 있다고 강조하시였습니다.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할 것이며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평창올림픽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