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앞에선 “평창” 뒤에선 미사일?… 기로에 선 文정부 ‘평창 구상’

입력 2018-01-03 08:52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를 1면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뒤에선 추가 미사일 도발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실제로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문재인정부의 ‘평창 구상’도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CBS방송은 2일(현지시간) “북한이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활동이 감지된 곳은 평양 바로 북쪽으로 지난해 11월 미사일 실험을 했던 장소”라며 “미사일 실험이 이뤄진다면 이번주 후반이나 다음주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3시18분 ‘화성 15형’ ICBM을 기습 발사했다. 북한은 평양 교외에서 발사된 화성 15형이 정점 고도 4475㎞, 사거리 950㎞를 53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NBC와 뉴스위크도 북한의 올해 첫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수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은 1일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조선중앙TV을 통해 방송된 신년사 연설에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을 향해서는 높은 수위의 ‘핵타격’ 위협을 계속했다. 남측을 향한 평화 및 대화 공세와는 상반된 태도였다. 그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정부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또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 같은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북한에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실제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문재인정부의 ‘평창 구상’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시켜 ‘평화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연합훈련연기를 미국에 제안하기도 했다. 미사일 도발은 훈련 연기의 명분이 약화시키고, 미국의 대북정책을 ‘군사옵션’으로 한층 더 기울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초래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제재 국면이 이어지면서 내부에서 피로감이 누적되는 등 국면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성사한다면 ‘평창 구상’은 물론 대회 흥행도 기대할 수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