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 방화문에 소화전 쓰레기’… 제천 비극도 ‘남의 일’인 업주들

입력 2018-01-02 17:02
뉴시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당시 피해를 키운 것은 목욕탕 내 대피로를 막고 있던 장애물들이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비상구는 가득한 장애물 때문에 사람 한 명이 빠져나가기 힘들 만큼 좁았다.

공개된 비상구 사진을 보면 목욕 바구니가 올려진 선반이 입구의 3분의 2를 가리고 있고, 맞은편 벽면에도 선반이 들어서 있다. 건물 구조와 비상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탈출 통로라고 여기기 어려운 정도다.

YTN 뉴스화면 캡처

모습을 숨긴 비상구와 꽉 막힌 피난 통로는 커다란 비극을 낳았지만 같은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위험에 노출된 곳이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대형 화재 사고와 인명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영업 중인 서울 시내 목욕탕·찜질방 319곳을 조사했다.

비상경보설비·방송설비 등 화재경보설비 정상상태 유지관리 여부, 피난통로상(복도 중점) 장애물 설치 여부, 목욕용품 선반 등 피난로 상 적치로 인한 긴급피난 장애 여부 등을 중점으로 단속을 진행했다.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사전통지 없이 불시로 진행된 점검 결과 총 120곳에서 330건의 소방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3곳 중 1곳 꼴이다.


목욕탕이나 찜질방 안에서 비상구로 나가는 통로에 놓인 장애물 때문에 대피가 아예 불가능한 상태로 적발된 곳은 38곳에 달했다. 옥내소화전에 쓰레기통을 설치한 곳도 있었다.

또 방화문에 이중 덧문으로 유리문을 설치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소방재난본부 특별조사반 관계자에 따르면 비상구 문은 피난 방향으로 밀어 열 수 있어야 하지만 덧문은 당겨서 열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빠른 대피가 힘들다. 더군다나 화재 시 많은 사람이 일시적으로 몰리면 문을 당겨 열 수 없어 피해가 커질 확률이 높다.

한증막이나 탈의실에 피난구 유도등을 설치하지 않거나 철거한 상태로 적발된 곳이 8곳, 방화문을 목재문으로 교체한 곳이 1곳이다. 영업장 내부구조를 임의로 변경한 곳도 5곳이었으며, 유도등과 스프링클러 헤드를 불량인 채로 방치한 사례는 무려 269건이다.

시 소방재난본부는 적발한 120곳 중 46곳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74곳 대상에 시설물 원상복구 조치 명령을 내렸다. 시 소방재난본부는 앞으로 필로티형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용접 작업 시에는 불티 비산 방지망을 반드시 설치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또 불법 주정차 단속강화, 소방차 통행로면 표시, 소방통로확보·현지적응 훈련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