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 실화’ 삼남매 숨지게 한 친모 눈물 흘리며 한 말

입력 2018-01-02 17:29
2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담뱃불을 끄려다 실수로 불을 내 삼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중실화)를 받는 20대 친모가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8.01.02 사진=뉴시스

담뱃불을 끄려다 실수로 불을 내 삼남매를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법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2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친모 A(22·여)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심문 당시 "아이들을 왜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고 말하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전날 조사 과정에 자녀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했으며, 이날 실질심사장에서도 '구조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두고 괴로워한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실질심사 전후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녀들이 자고 있는 작은방 입구 바깥 쪽에 놓인 이불에 담뱃불을 끄는 과정에서 실수로 불을 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40분쯤 외출한 A씨는 지인과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오전 1시50분쯤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작은방 입구 앞쪽에서 냉장고에 기대 담배를 피우던 중 막내딸이 울어 이불에 담뱃불을 껐으며, 작은방에 들어가 딸을 달래주다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이 난 사실을 알게된 뒤 작은방에서 전 남편 B(21)씨와 B씨의 친구, 112에 차례로 신고하고 전화를 방에 두고 밖으로 나왔다. 막내딸을 구하려고 다시 방쪽으로 가 불을 끄려던 중 화상을 입고 베란다로 대피해 구조를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막내라도 안고 나오려고 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안고 뛸 자신이 없었다""갑자기 번진 화염에 베란다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했다. 나만 살아서 죽고 싶다"며 말했다.

A씨는 불이 나기 10분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2시16분쯤 전 남편과 통화한 뒤 잠든 것으로 추정되며, 화재를 인지하고 같은 날 오전 2시25분~2시30분 사이 'B씨와 B씨의 친구·112'에 차례로 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일 아파트에서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자녀들을 숨지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중실화)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에서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꺼 불이 나게 해 4살과 2살 아들, 15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발화 지점이 작은방 안쪽 또는 입구쪽으로 추정되는 점과 A씨가 신고할 시점에 불길이 방 안쪽으로 번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화점과 고의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한편 A씨 삼남매에 대한 부검 결과 부검의 1차 소견은 화재 연기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됐으며,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