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방송장악 실토?… 박성중 “여당시절 방송 두뇌는 어느 정도 지배”

입력 2018-01-02 13:23 수정 2018-01-02 13:25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가 여당 시절에는 위의 두뇌는 어느 정도 지배를 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문재인정부의 언론장악을 주장하며 나온 발언이지만, 오히려 여당 시절 한국당이 방송 수뇌급을 장악했다고 자인한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발언이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는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홍 대표는 ‘새해 첫날이니 참석자들 모두 한 마디씩 하라’고 했고, 대부분 참석자들인 문재인정부에 대한 규탄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문제의 발언은 박성중 홍보본부장의 차례에서 등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저희가 여당이던 시절에는 방송은 위의 두뇌를 어느 정도 지배를 했지만, 밑에 80~90%의 기자·PD·작가 등이 많아 서로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몇 개 신문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문재인 정권쪽으로) 넘어갔다. 네이버와 유튜브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홍보본부장은 그러면서 “전반적인 모든 운동장이 기울어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SNS를 통해 보완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어 SNS 혁신을 통해 가열차게 나아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와 달리 여당 시절에 균형점을 찾았다’는 취지에서 나왔지만, “두뇌를 어느 정도 지배했다”는 발언은 결국 방송 수뇌부를 장악했다고 자인한 꼴이 됐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방송장악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 홍보본부장의 발언에 대한 별다른 지적이 나오지 않았다. 박 홍보본부장이 발언 말미에 “너무 좌익으로 기울어진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한 데 대해 홍 대표가 “좌익이 아니라 좌파”라며 “좌익은 해방 직후 개념”이라고 수정한 것이 전부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