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가 집 나가서?… 준희양 암매장 8개월 지나 실종신고 한 이유

입력 2018-01-02 11:40
가족의 손에 유기된 고준희(5)양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주지자 전북 전주 한 장례식장에 준희양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뉴시스

고준희(5)양 가족들이 준희양 시신을 유기한 지 8개월이나 지나서 실종신고를 한 이유가 밝혀졌다. 친부 고모(36)씨와 내연녀의 어머니 김모(61)씨는 지난해 4월 27일 준희양 시신을 전북 군산의 야산에 암매장했고, 같은 해 12월 8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2일 전주덕진경찰서는 준희양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모(35)씨가 실종신고를 한 이유는 신고 당일 이들이 불화를 이어가다 이별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친부와 내연녀는 준희양을 유기한 뒤에도 다툼이 잦았고, 실종신고 당일인 12월8일 결국 이씨가 짐을 싸들고 어머니 김모(61)씨의 집으로 나왔다.

경찰은 친부와 내연녀는 갈라선 뒤 준희양이 사라진 것을 감춰야 했기 때문에 유기 8개월이 지나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준희양 유기 뒤 8개월 지나 실종신고를 한 이유는) 친부와 가족들이 증거를 다 없앴다고 생각하고 신고한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신고를 안했으면 초등학교 입학하는 시점까지 지연될 수 있는 사건인데, 자발적으로 신고를 했을까. 신고하기 직전 핸드폰도 바꾸고 사진도 사라진 상태다”라면서 “아마 2017년으로 정리하고 끝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연말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대로 가슴에 갖고 가기엔 지금 (친부와 내연녀) 두 사람의 관계도 화목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고씨와 이씨가 이별한 뒤 준희양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굳이 사건이 밝혀질 위험을 감수하고 실종신고를 한 것 같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고준희양의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준희양의 계모 이모(35)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로 가기 전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앞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한편, 친부 내연녀 이씨는 준희양 시진을 유기하는 데 공모한 혐의와 학대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놀러 가서 준희양이 없는 것을 알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나는) 준희를 때린 적이 없고, 친부가 준희를 심하게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친부는 “자택에서 준희를 손과 발로 여러 차례 때린 적이 있다”면서 “이씨도 (준희를)구타한 적이 있다”며 학대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 결과로 '시신 뒤쪽 갈비뼈 2개 이상이 골절이 있어 외부 충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경찰에 구두 통보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