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2명 목숨 앗아간 뺑소니범 차안에서 발견된 것들

입력 2018-01-02 10:34

새해 첫날 고속도로에서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16시간 만에 자수한 운전자의 차 안에서 소주병과 유서가 발견됐다. 조수석에는 번개탄으로 불을 지핀 흔적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1일 오전 3시15분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경남 양산 북정동 인근에서 A씨(29)가 SUV 승용차를 몰던 중 앞선 다른 차량을 추돌한 뒤 도주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앞선 차량 뒷좌석에 탑승했던 이모(15)양이 사망했다.

이모양 탑승 차량의 일행으로 뒤따르던 승용차에 있던 김모(65‧여)씨는 사고현장을 살피는 과정에서 근처를 지나던 다른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A씨의 뺑소니와 후속 사고로 그렇게 2명이 사망했다. 이양의 탑승 차량에서 3명도 큰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이양 일행은 차량 2대에 나눠 탑승해 양산의 기도원에 들른 뒤 부산으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발생 16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7시를 넘겨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양산경찰서는 가족과 함께 경찰에 출석한 A씨를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가 버리고 도주한 차량 내부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와 번개탄, 소주병이 발견됐다.

A씨는 “운전 도중 담배를 피우려고 불을 붇이다 뒤늦게 앞차를 발견했다”며 “사고로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에 겁에 질려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 안에서 발견된 유서 등에 대해서는 “일주일 전쯤 자살하려고 하다 실패했다”며 “치루기 귀찮아 그냥 놔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고 이력은 처음이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적이 있었다. 이양을 숨지게 한 이번 사고는 면허취소 상태에서 부친의 차를 몰던 중 발생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