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식품, 가구, 화장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물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재료 값, 인건비, 물류비 등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줄줄이 오른 탓이다.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KFC는 지난 29일부터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평균 가격 인상폭은 5.9%다. 롯데리아는 지난 11월 불고기버거 100원, 새우버거 200원을 인상하는 등 버거와 디저트, 음료 가격을 올렸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1일 “인건비와 유류비, 매장 임차료 상승 등으로 가맹점에서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판매가 조정은 2년9개월 만으로, 늘어나는 운영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와 시몬스 등 가구업계도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현대리바트는 오는 15일부터 침대와 식탁류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시몬스는 매트리스 10여종의 가격을 5%가량 인상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올라 가격을 인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료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인건비 상승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가격도 올랐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 샤넬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총 326개 품목의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의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다. 바비브라운도 립틴트의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불가리 향수는 유로화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이유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4.6% 인상했다.
해당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제품 가격 상승의 일부 요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가 인상의 직간접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018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의 가격 전가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과 물가안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15년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전체 소비자 물가가 연간 0.2∼0.4% 인상된다고 예측했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물가 영향에 대해 “내년(2018년) 소비자 물가를 (올해보다 낮은) 1.7%로 전망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비용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2조9707억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