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잊었나… 해돋이 본다고 119 막아선 ‘불법주차’

입력 2018-01-02 08:10

2018년 새해 첫날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 인근을 찍은 사진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변 인근 119안전센터 앞이 해돋이를 보러 온 시민들의 불법주차 차량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안전센터에 대기하고 있던 펌프차 1대가 긴급출동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지만 새벽에 출동을 나갔던 펌프차와 구급차는 불법주차 차량 탓에 40분 동안 안전센터로 복귀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다. 지난달 21일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참사 당시 불법주차 차량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시민의식은 큰 차이가 없었다.

1일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경포해변으로 해돋이 행사 지원을 나갔던 펌프차 1대와 구급차 1대, 직원 6명이 오전 8시쯤 센터로 복귀했지만 차고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해돋이를 보러 온 시민들의 차량 10여대가 센터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탓이다. 현장에서 복귀한 직원들은 운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40여분 만에 불법주차 차량을 모두 이동조치한 후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불법주차는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장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전파됐다. 오세용(22)씨는 “제천 화재사건을 며칠도 안 돼 잊은 건지, 소방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소방서에 불법 주차한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런 문제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소방차 등 긴급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경포119안전센터는 새해 첫날인 데다 외지 관광객에 의해 발생한 일인 만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계도 및 주의조치했다.

소방관들은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해당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백경태 소방교는 “‘나 하나쯤은’이라는 생각에 시민들이 너도나도 주차를 한 것 같다”며 “시민의식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