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화재사망, 엄마의 실수? 방화?… 거짓말탐지기 동원

입력 2018-01-01 16:14

광주 아파트 화재로 어린 삼남매가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친어머니 A씨(22)를 긴급체포해 방화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1일 중과실치사와 중실화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한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이틀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의 실수로 불이 난 것 같다고 인정했지만, 고의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거짓말 탐지기 등을 이용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31일 오전 2시26분쯤 광주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집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 꺼서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은 4세·2세 아들과 생후 15개월 딸 등 삼남매가 숨지는 원인이 됐다. 삼남매는 작은방에서 함께 자고 있었고, A씨가 작은방 입구에서 담뱃불을 비벼 껐다고 진술했다.

A씨는 만취해서 귀가해 처음엔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그러다 너무 추워서 거실의 작은방 입구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담배를 피웠다고 말했다. 그때 작은방에서 자고 있던 15개월 딸이 잠에서 깨 칭얼대는 소리가 들렸고, A씨는 덮고 있던 이불에 담배를 비벼 끈 뒤 방에 들어가 딸을 안고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가 불이 난 것을 알아챈 뒤 아이들을 먼저 챙기지 않고 혼자만 베란다로 나간 점, 119가 아닌 전 남편 B씨에게 전화해 신고를 부탁한 점 등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A씨는 당시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고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가 119에 구조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진술대로라면 초기엔 삼남매가 자고 있던 작은방까지 불이 번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이들을 먼저 구했다면 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의 진술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이불에 비벼 끈 담뱃불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라면 불길 흔적은 작은방과 거실의 경계 지점에 집중됐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 감식 결과 불길이 치솟은 발화점은 작은방 안쪽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불에 주로 탄 곳도 작은방이었다.

경찰은 A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전 남편에게 보낸 점,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점 등도 여전히 미심쩍게 보고 있다. 경찰은 추가 조사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삼남매 부검은 2일 진행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