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여당은 ‘평화올림픽’과 관련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는 내놓은 반면, 야당은 “얄팍한 위장평화 공세”라고 평가절하 했다.
김 위원장은 1일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조선중앙TV을 통해 방송된 신년사 연설에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 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남북대화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반색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성공을 언급하고 북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한 필요 조치를 위해 남북대화를 제기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등 평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온 바 있다”며 “정부는 장관급 회담 제안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대응해가야 한다”고 문재인정부에 당부했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평창 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정세 안정, 남북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일체의 도발 행위를 중단해 그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얄팍한 위장 평화 공세”라고 일축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정은이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를 핵 인질로 삼고 겁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겁박과 동시에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 남북회담 제의 등 평화 제안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도 “대한민국을 우롱하는 얄팍한 위장평화 공세에 속아 오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핵위기에 노출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대화 구걸을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 뒤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신년인사는 핵보유국의 지위에 걸맞은 주변국의 대우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자기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발표였다”며 “화전양면식의 신년 인사이며 지금의 남북 냉각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 변화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최종 참가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일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성사한다면 대회 흥행은 물론 문재인정부의 ‘평창 구상’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시켜 ‘평화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연합훈련연기를 미국에 제안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올림픽 참가국 선수단이 평창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회 기간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의 수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