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에서 불이나 어린 3남매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친모인 A씨(22)가 긴급체포 됐다. 경찰은 고의로 불을 냈는지 조사한 뒤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31일 자택에서 불이 나게 해 자고 있던 3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중실화, 중과실치사)로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2월31일 오전 2시26분에 광주 북구 두암동 자신의 아파트 작은방에서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불을 내 4살 B군과 2살 C군, 15개월인 D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A씨도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술에 취해 집으로 들어온 이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 너무 추워 거실로 갔다. 작은 방에서 자던 막내가 울어 달래주다가 잠이 들었다. 불을 붙인 담배를 언제 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씨는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잠들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경찰이 발화 지점이 주방이 아닌 작은 방인 점과 A씨가 최근 이혼한 남편 E(22)씨와 자주 다툰 점 등을 토대로 추궁한 끝에 라면이 아닌 담배에 의해 불이 났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30일 오후 7시40분쯤 외출해 지인과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오전 1시50분쯤 귀가했다. 남편도 30일 작은방에서 아이들을 재운 뒤 오후 10시쯤 외출했다. 불이 나자 A씨는 아이들을 이불로 덮어놓고 혼자 베란다로 대피했다.
A씨는 경찰에 “작은 방에서 자다 밖에서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 A씨는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었지만 출동한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불은 25분 만에 꺼졌지만 아이들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남편과 2011년부터 동거하다 2015년 혼인 신고했지만 생활고 문제로 지난해 12월27일 법적 이혼했다. 이혼을 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최근 생활고에 따른 양육 문제로 자주 다퉜다.
지역 한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던 A씨는 최근 실직한 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A씨의 친정 부모가 부양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않았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을 하던 남편마저 다리를 다쳤다. 결국 A씨 부부는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간 긴급생활자금을 받았다. A씨는 화재 발생 직전 남편에게 카카오톡과 음성통화 등으로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때문에 A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고의로 불을 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 감식 결과 화재원인을 규명할만한 인화성 물질 등 특별한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숨진 아이에 대해 부검을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