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투표 승리한 안철수, 이번엔 ‘온라인 전당대회’ 꺼내나

입력 2017-12-31 15:21 수정 2017-12-31 15:2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승부수가 일단 통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전(全)당원투표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투표 결과를 인정하는 대신 안 대표 퇴출을 거론하며 반발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동섭 의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투표 결과 재신임 찬성 74.6%(4만4706표), 반대 25.4%(1만5205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 선관위는 27~30일 나흘간 온라인 및 전화투표를 통해 당원들에게 ‘바른정당과의 통합’ ‘안 대표 재신임’ 등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었다. 전체 선거인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23.0%로 집계됐다. 이 위원장은 결과 발표 후 “통합추진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투표에서 재신임이 확정됐다”고 선포했다.

전당원 투표에서 승리한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좌고우면 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원 여러분이 74.6%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다”며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혁신 정당, 젊은 정당, 국민통합 정당으로 전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국민의당이 변화하지 못하고 멈칫거린다면 민주당 주변으로 전락하고 소멸된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조배숙 의원 등 통합반대파 의원 18명도 국회 정론관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투표를 안 대표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최종 투표율이 23%에 그쳤다. 77%의 당원들이 사실상 (통합에) 반대한 것”이라며 “보수야합을 중단하고 안 대표는 즉각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파는 전당원투표의 최소투표율(의결정족수)이 전체 당원의 3분의 1인 33%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투표 거부 운동을 벌여왔다. 조 의원 등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다르다”며 합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안 대표와 반대파의 갈등은 통합 추진 과정에서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합당·해산을 위해서는 당헌·당규에 따라 반드시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 전당대회는 전 당원이 아닌 1만명 규모의 대표당원을 대상으로 열도록 돼 있다. 안 대표 측은 1월말 또는 2월초 통합 전당대회를 거쳐 2월 안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복안이다.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 이전에 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대파는 전당대회에서 통합 결의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물리력을 동원해 전당대회 개최를 막거나 대표당원이 대거 불참해 의결정족수 미달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전당대회 의장인 이상돈 의원, 부의장인 윤영일·이용호 의원이 모두 반대파로 분류된다. 반대파 일각에서는 안 대표 사퇴 및 통합 중단을 위한 별도의 임시 전당대회 개최도 검토되고 있다.

안 대표 측은 반대파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전당대회 온라인 투표라는 우회로를 검토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특정 장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올 수 없는 사람은 온라인을 통해 투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반대파가 전당대회 개최나 진행을 방해하기 어렵다.

◇ 바른정당 “평창올림픽 전에 통합 마무리”

바른정당은 31일 국민의당 전(全)당원투표 결과와 관련해 “중도·보수통합이 대세라는 걸 확인했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당은 새해 벽두부터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 기구를 공식화해 당대당 통합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유승민 대표는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입장문을 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재신임을 받았고, 바른정당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당원의 뜻이 확인됐다”며 “환영하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이 이번 투표를 계기로 통합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의동 수석대변인도 “국민의당 당원 상당수가 개혁의 길, 변화의 길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 실제로 확인됐다”고 치켜세웠다.

바른정당에서는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양당 의원이 2명씩 각각 참여해 통합 문제를 논의해온 ‘2+2' 교섭창구를 확대, 양당 의원들과 주요 당직자까지 포함하는 통합추진협의체(가칭·통추협) 구성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통추협에서는 통합 정당의 비전과 가치 등을 정하고, 당명과 지도부 구성 방식 등도 논의할 전망이다. 통추협에서 통합 플랜이 양당 모두의 추인을 거치면 창당준비협의체를 구성, 구체적인 통합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가급적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 통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합당하기 위해서는 당헌당규상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에서 통합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원외 당협위원장 다수도 통합 찬성 입장으로 알려져 내부적으로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 일부 이탈 가능성이 변수다. 원내에서는 김세연 의원 등 1~2명의 이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통합에 부정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양당 간 통합을 ‘패잔병들 모임’이라고 깎아내렸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양당이 합당해봐야 아무런 의미 없는 야합이자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