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새벽에 불이 나 다섯 살, 세 살, 15개월 삼남매가 목숨을 잃었다. 20대 엄마는 술에 취해 있었고 아빠는 집에 없었다. 불은 아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서 시작됐다. “라면을 끓이다 잠이 들었다”는 엄마의 진술과 발화지점이 일치하지 않아 경찰은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불이 난 시각은 31일 오전 2시25분쯤이었다. 광주 북구 두암동의 아파트에서 A(22·여)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작은방에 있던 A씨의 자녀 B(5)군 C(3)군 D(15개월)양이 숨졌다. 베란다고 대피했다가 소방대원에게 구조된 A씨도 팔다리에 2도 화상을 입었다. A씨의 집 80㎡ 대부분이 타거나 그을렸으며 아파트 주민 수십 명이 대피했다. 화재는 오전 2시53분쯤 진화됐다.
A씨는 경찰에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불이 난 것을 감지하고 베란다로 대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지인과 술을 마시고 오전 1시50분쯤 귀가했다고 한다. 남편(21)은 작은방에 아이들을 재운 뒤 전날 밤 10시쯤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나자 베란다로 대피한 A씨가 남편에게 전화에 이를 알렸고 남편이 119에 신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 부부는 최근 이혼했지만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27일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태로 보인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진술과 달리 가스레인지가 놓인 부엌보다 작은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방화와 실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식 작업과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불이 나기 전 만취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전화해 "죽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과 함께,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고 부엌 가스레인지는 거의 타지 않고 아이들이 자고 있던 작은 방이 주로 불에 탄 상태여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화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씨는 현재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