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까지 직접 맡으며 공을 들인 홍정욱 전 의원 등이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홍 대표의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홍 대표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성공 방정식을 토대로 깜짝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95년 12월 민주자유당(민자당)에서 간판을 바꾼 신한국당은 대대적인 인재 영입과 개혁 공천에 나선다. 1996년 4월 15대 총선을 위해 당시 YS(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이자 문민정부의 실세로 통한 김현철씨의 주도로 공천 작업이 진행됐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명박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안상수 창원시장 등 향후 정계 거물로 떠오르는 정치인들이 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다.
‘모래시계 검사’로 일약 스타가 됐던 홍 대표도 당시 신한국당에 영입돼 송파갑에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인재 영입과 개혁 공천의 승부수를 던진 YS의 신한국당은 전체 299석 가운데 139석을 가져가며 총선에서 승리했다.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방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털고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았지만 2017년의 한국당은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태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꼽혀온 홍 전 의원이나 경남지사 후보 하마평에 오르던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영입은 최근 본인들이 불출마 의사를 드러내며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초 구상은 빗나갔지만 홍 대표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을 롤모델로 삼아 신년엔 본격적인 개혁 공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의도 정가에서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의 얼굴과 같은 수도권 지역인 서울·경기·인천의 광역단체장은 참신하면서도 개혁적 성향의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에도 영입한 인재들을 중앙당 공천위가 주도적으로 공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최근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고된 당협위원장 물갈이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통한 조직 및 지역민심 다지기 작업도 개혁 공천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현직 대통령이자 총재를 겸하면서 당을 장악했던 YS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물론 참신함과 무게감을 모두 갖춘 인재 영입이 계획대로 이루어질지 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