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의 대모’ 연극인 이병복씨 별세

입력 2017-12-30 10:28 수정 2017-12-31 19:47
고(故) 이병복 무대 미술가. 한국연극협회 제공.

‘무대미술의 대모’ 원로 연극인 이병복씨가 29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무대미술가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다. 전위적 내용의 무대미술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연극협회는 100여 편이 넘는 연극의 무대미술 작업으로 현대연극사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을 기리고자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장례를 엄수한다고 밝혔다.

고인의 무대미술은 인간의 원형성이 드러나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형과 가면을 연극의 표현 매체로 비중 있게 활용했다. 다양한 종이 의상을 개발하고 한국의 전통의상과 색상을 변화시켜 무대 의상으로 정립했다. 또 각종 소도구를 무대 미술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장치미술의 개념을 개방적이고 연극적인 개념으로 바꾸고 전환이 빠른 무대로 바꿨다.

고인은 1927년 경북 영천 출생이다. 42년 숙명여고를 거쳐 48년 여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57년 남편과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남편은 한국 추상회화 1세대 화가인 고(故) 권옥연(1923~2011)씨다. 파리에서는 조각연구소와 의상연구소에서 조각과 패션을 공부했고 의상과 관련된 학위를 받았다. 62년 덕성여대 의상미술과 과장을 맡았다.

66년 연출가 김정옥과 함께 극단 ‘자유’를 차렸다. 배우 박정자 김용림 김혜자 최불암 고(故) 윤소정 등이 창단 멤버다. 고인은 2006년까지 40여년간 극단을 이끌었고 모든 의상을 도맡다시피 했다. 68년 4월 서울 중구 명동에 소극장 ‘카페 떼아뜨르’를 설립해 75년 폐관 때까지 20여 편의 드라마를 상연했다. 이 소극장은 모노드라마 공연의 산실 역할을 했다.

87년 한국무대미술가협회를 발족하고 회장을 맡았다. 88년 세계무대미술가협회에 가입해 국내의 무대미술계를 국외에 소개했다. 4년마다 열리는 체코 프라하 세계 무대미술 경연대회에서 91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이 매회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95년 국제무대미술경연대회 심사위원 96년 국제무대미술가협회 이사 2000년 한국무대미술학회장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권유진(첼리스트)씨와 딸 권이나(재불화가)씨가 있다. 장례는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1월 1일 오전 7시(02-927-4404).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