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고준희(5)양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다니지 않아 사회의 관심에서 단절돼 있었다. 준희양 같은 미취학 어린이들은 아동학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이 마련됐지만 아직은 취학아동들이 주된 대상이다.
준희양은 3월 31일부터 어린이집에 나가지 않았지만, 친부가 지난 8일 실종 신고를 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8개월 동안 수사를 피한 건 준희양이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실시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취학아동은 학교에 일정 기간 이상 결석할 경우 당국의 관리를 받는다. 학생이 입학 기일 이후 이틀 이내에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이틀 이상 연속 결석하는 경우 학교장이 출석을 독촉해야 한다. 독촉 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읍·면·동장과 교육장에게 이런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이들은 이런 보호체계가 없다. 정부는 취학 여부와 상관없이 건강검진·예방접종 기록,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장기결석 여부 등 데이터를 활용해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조기 발굴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아직 시범사업 단계다. 현재는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고 내년 중 전국으로 확대된다. 유치원 장기결석 아동을 정부에서 추적 관리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안도 내년 4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모두 전북 전주에 살던 5세 준희양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준희양의 경우 출석일수가 부족해도 부모가 어린이집 등록을 아예 해지했다면 현재 시스템상 장기결석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좀 더 자세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난 미취학 아동들은 학대로 사망해도 한참동안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경찰청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됐는데도 입학하지 않은 아동 중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478명을 추적했다. 지난해 수사 의뢰된 268명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2명은 부모의 학대로 이미 각각 3세와 0세 때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전수조사 결과 송원영군 등 2명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은 “만 5세까지는 정신적·신체적으로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아동학대 조기발견 시스템이 특히 더 중요하다”며 “관계 부처들이 협업해서 지속적으로 추적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