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임종석 실장, UAE특사와 별개로 SK 최태원 만났다”

입력 2017-12-30 06:49 수정 2017-12-30 08:40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 방문과는 별개로 최태원 SK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실장이 최 회장을 만난 후 UAE 특사로 파견됐다는 점에서 양국 간의 갈등을 무마하기 위한 파견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임 실장이 최 회장을 청와대 외부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두 사람의 만남과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KBS의 보도를 해명한 것이다. KBS는 29일 정부 소식통과 청와대의 말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UAE와 체결했던 각종 계약을 조정하다 UAE측이 반발하면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보복이 본격화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 실장이 UAE 특사로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SK 한 계열사의 경우 10조원 규모의 정유시설 건설 계약이 백지화될 위기까지 처했고 이 때문에 이달 초 SK 최 회장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와 임 실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KBS는 또 문 대통령이 UAE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막고 UAE측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 9일 임 실장을 특사로 파견했으며 임 실장은 UAE 권력 서열 1, 2위인 모아메드 왕세제와 칼둔 행정청장을 만나 대통령 친서를 전달, 갈등을 봉합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은 양국 간 포괄적 우호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만난 것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런 해명에도 임 실장의 특사 파견이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최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확보한 문서 파일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 시절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원전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과 폐연료봉을 국내에 반입한다’는 이면계약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가 당시 프랑스와 원전 수주 경쟁할 때 UAE와의 군사협력 관련 이면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이면계약과 200만 달러 리베이트설까지 조사하자 UAE가 불만을 품고 우리 기업에 보복을 본격화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이 “해외 파견 장병 격려”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진 관계 회복” 등으로 계속 바꿨다. 양국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